
작가 소개
김지혜,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 학과에서 소수자, 인권, 차별에 관해 가르치고 연구한다. 이주민, 성소수자, 아동·청소년, 홈리스 등 다양한 소수자 관련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현장과 밀접한 연구를 통해 사회에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법·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사회복지와 법을 공부하고 서울특별시립아동상담치료센터, 헌법재판소 등 기관에서 일했으며, 「이주민의 기본권: 불평등과 ‘윤리적 영토권’」 「차별선동의 규제: 혐오 표현에 관한 국제법적·비교법적 검토를 중심으로」 등 다수의 연구논문과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공저) 『인권 행정 길라잡이』(공저) 등을 쓰고, 『헌법의 약속』 『사회보장론 입문』 을 번역했다. (YES24 작가 소개 글 발췌)
줄거리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큰 제목이 있고 그를 설명하기 위한 하위 제목들이 나열되어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3장에 포함되어야 할 것 같은 내용이 1, 2장에 반복해서 나오기도 하여 어쩌면 중언부언하는 것으로 보이거나 글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내 멋대로 순서를 정리하고 제외할 부분은 제외하여 주장에 따른 근거가 좀 더 명료하게 보이도록 정리했다. 책이 적힌 순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읽고 편집하는 것도 내 시선이고 능력이니까.
1부: "선량한 차별주의자의 탄생"에서는 여러 가지 사례를 들며 내가(여러분이) 왜 차별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내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이 다른 이에게는 특권임을 '발견'해야 한다.
-억압받는 자도 차별하는 사회 구조를 보지 못하고 자신의 불행이 일시적이거나 우연한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타인에 의한 차별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를 차별해서 평가하면서 불평등한 구조의 일부가 되어간다.
-이런 식으로, 많은 경우에 체계적으로 불평등이 이루어지는데, 이로 인해 다수 집단과 소수 집단 모두 차별을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는 것이다.
2부: "차별은 어떻게 지워지는가"에서는 차별이 어떻게 정당화되는지에 대해 말한다.
-비하성 유머의 불편한 진실, 비하성 유머에는 사회적으로 약한 집단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태도가 기저에 깔려있다.
-'능력주의'는 사실 공정하지 못하다. 모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능력만으로 평가한다는 말은 얼핏 들으면 공정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차별받는 이들이 눈에 안 보이는 이유는 보이지 않도록 없애버리거나 위협하여 스스로 숨게 만들기 때문이다.
3부: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들의 자세"에서는 차별과 불평등한 사회를 고쳐나가야 하는 이유와 그것을 없애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법과 질서를 지키기만 하는 것이 시민의 의무는 아니다. 잘못된 법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복하는 것도 민주 시민의 올바른 자세이다. 이 책은 나치의 반유대 정책이나 유신시대 헌법처럼 차별도 타파해야 할 사회적 폐습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에도 불평등한 현재가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는 편안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 평생에 걸쳐 수고로움을 쏟아야 한다. 불평등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수고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불편함을 견딜 것인가?
-관습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차별을 인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인식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몰랐다는 방어보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는 보편성을 찾아야 한다. 형식적 평등은 사실상 불평등하다. '차이'를 인정하는 실질적 평등이 중요하다.
-규제를 통해 차별을 막으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차별금지법) 하지만 법이 모든 일상을 감시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일상의 미세한 차별은 체계적인 교육과 사회적 골격 변화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의 제정 방향 제시: 1) 다수결 제도가 아닌 인권과 정의의 원칙으로 제정해야 하며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2) 국가가 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을 계속 연구하게 해야 한다. 3) 차별을 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지운다.
*차별금지법: 2007년 처음 발의되었으나 극심한 반대로 2023년 현재까지 제정되지 못함
짧은 감상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정의로운 사회에 대해 꿈꾸던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책의 제목, "선량한 차별주의자". 나는 '약자'로 평가되는 이들을 지키는 '정의로운 자'가 되고 싶었던 청소년이었다. 그리고 정의를 외치는 내 목소리가 세상에 들리게 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는 것도 어렴풋이 아는 청소년이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내 책상 위에는 "나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의를 지킬 힘이 필요하다."라고 쓰인 문구가 붙어 있었고, 그것을 보며 힘이 있는 자가 되기 위해 공부에 의지를 불태웠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의 뒤통수를 세게 때렸다. 나는 사실 '정의로운 자'가 아니라 정의로운 '척'하고 싶었던 차별주의자였던 것이다.
앞에도 이야기했듯이 책의 흐름 자체가 아주 매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우리가 우리도 모르는 차별을 행하고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꼬집기 위해 강조하다 보니 그랬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인지하지도 못했던 차별을 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알려주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내가 지금껏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의문을 제시하게 만들며, 나의 사고 구조를 바꿔줬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능력주의 체제에 대한 맹신이 있었다. '노력'이라는 것의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했고 '노력'한 사람들은 '성공'할 것이며,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라고 소리쳐왔다. 몇 년 전 서점에서 발견한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나의 분노를 샀었다.
하지만 나는 능력이나 노력의 평가 기준이 편향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점과, '노력' 자체도 개인의 의지에만 좌우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질문인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이 시민의 의무인가?"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당연히 의무가 아닌가? 라고 생각했는데, 부당한 법은 지키지 않는 것도 시민의 책무라는 말에 뒤통수가 얼얼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수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게 되었다.
늘 불편해하던 부분을 꼬집어준 부분도 있었다. 지인이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농담을 할 때 기분이 좋지 않아도, 혼자 농담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받을까 봐 같이 웃었던 적이 사실 많았다. 앞으로는 농담이었다며,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는 말에 괜찮다고 웃어 넘기지만은 않고 싶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차별받는 집단이 우리를 차별하지 말아 달라는 외침을, 우리가 약하니 우대해달라고 곡해했던 것 같기도 하다.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것은 편하게 살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기 삶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는 의지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우대나 역차별이라고 쉽게 말하기 전에 형식적 평등 관점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 관점에서 생각한 것이 맞는지 숙고해봐야겠다.
책 속의 또 다른 문장들
67p. “여자치고 잘하네?”라는 말은 얼핏 칭찬 같지만, 여성은 운동을 못 한다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자극한다.
79p.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상대에게 그 비난을 돌리곤 한다.
99p.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야 할 때가, 최소한 무표정으로 소심한 반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110p. 능력주의 체계는 편향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간과한다.
146p.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영향을 미치는 권력자가 방송에서 어떤 소수자 집단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은, 단순한 개인의 취향의 표현이 아니라 그 소수자를 공공의 공간 밖으로 밀어내는 신호였다.
147p. 어떤 사람이나 집단이 도덕적 가치, 규칙, 공정성이 적용되지 않는 외부 세계에 존재한다고 인식할 때 도덕적 배제가 일어난다.-수전 오포토우
158p.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시민의 의무일까? 대체로 법과 질서를 따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당한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도 시민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171p. 누군가의 말처럼, 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183p.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그리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이 두 구호는 ‘보편성’이 때로 차별을 은폐하는 억압의 기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자의 구호는 사실상 흑인이 경험하는 차별이 드러나지 않게 억누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187p. 불평등한 사회가 고단한 이유는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도록 부당하게 종용하기 때문이다.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부정의에 대한 책임을, 차별을 당하는 개인에게 지우는 것이다.
202p. ‘누구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여성이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다. …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는 집단을 위해 국가가 개입하여 특별한 지원을 해야 한다.
205p.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남겨진 질문들
1. 책에서는 '부당한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것도 민주 시민의 책무다.'라고 하였는데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포함한 대다수 사람은 국가가 정한 법과 익숙한 질서를 지키는 것을 훨씬 중요시한다. 그렇다면 종종 나타나는 '시민 불복종'을 하는 사람, 이른바 깨어있는 시민과 나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2. 책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말하는, 예를 들면 노키즈존 또는 이민자 입국 반대 등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과 그에 대한 해법이 궁금하다.
책에서는 이러한 집단이 상대적으로 힘이 없고 소수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있을 뿐 실제로는 다른 집단보다 더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상적인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아직도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질문일까) 나는 상대적으로 중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 근처에 살고 있는데, 중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거리에서 실제로 위협적인 도구를 들고 걷는 사람이나, 상의를 탈의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이렇게 실제로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나니 고정관념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정말 중국 이민자의 범죄율이 특별히 높지 않다고 생각할까? 정말 그렇다면 나와 같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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