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소개
레이몽 라디게, 16살부터 2년간 육체의 악마를 집필하였으며, 이 소설을 출간한 후 1년 뒤 장티푸스로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천재적이었으나 여자 관계가 복잡했으며 실제로 소설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이웃집 유부녀와 불륜 관계에 있었다고 한다.
줄거리
1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자유를 갖게 된 16살의 소년 프랑수아. 그는 19살의 마르트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이미 자크라는 남자와 약혼한 상태였다. 그 둘의 위험하고 치기 어린 사랑의 시작과 끝에 대한 이야기.
짧은 감상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는 책장이 너무 술술 넘어가서 이 작가가 글을 잘 썼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사랑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어린 시절, 나는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성모마리아 같은 마음과, 상대방을 독차지하지 못해 삐져나오는 질투로 시퍼렇게 날선 정반대의 마음이 하루에도 수백번씩 오락가락하는 아이였다. 그럴 때마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며 너무 빠른 심경의 변화에 기록 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누가 그 마음을 고스란히 녹화하여 슬로우모션으로 재생해주는 글인 것만 같아서 글을 읽으면서 발가벗겨진 듯한 수치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정은 사랑에 빠진 한 인간의 심리 묘사를 너무 잘 해서, 소설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인공의 서술을 나와 동일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이 소설의 주요한 줄거리는 위험한 사랑-불륜-에 빠진 남녀의 이야기지만 사실 사랑에 국한된 심리만을 다루지는 않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증거를 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이기주의는 어른들의 이기주의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우리는 여름에 시골에 내리는 비를 지극히 싫어하지만 농부들은 비가 내리게 해달라고 빌지 않는가.
권력이란 그것을 옳지 못하게 행사할 때에만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같은 문장들이 그것이다.
작가가 20살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 사물과 사람에 대해 꿰뚫어보는 시각을 가졌는데, 요절하지 않았으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 지 정말 궁금하다.
이 소설은 불륜을 다루고 있어 주인공들의 태도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극단적인 상황으로부터 기인되는 불안감, 격동적인 사랑의 감정, '처음'이라는 특수성에서 비롯된 조급함 같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빠른 호흡으로 읽어낼 수 있었던 책이었다.
책 속의 또다른 문장들
“오늘이 행복의 첫날이라는 걸 보니 날 사랑하지도 않은 게 분명하군.“ 이런 식의 공격은 말한 사람의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낸다. 나는 그렇게 말할 생각도 없으면서 꼭 말을 내뱉고 말았다.
- 나는 그렇게 말할 생각도 없으면서 꼭 말을 내뱉고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려고 할 때가 있다.
이것은 보통 내가 아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행동인데, 결국 이런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 더 큰 상처를 입는다.
나는 가끔 모든 사람들에게 키스를 해대는 주정뱅이처럼 자크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마르트의 애인임을 밝히고, 애인의 자격으로 그에게 마르트를 부탁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또 가끔은 자크와 나, 두 사람에게 사랑받는 마르트가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우리 둘이 함께 마르트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을까? 그러면서 나처럼 관대한 애인도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나는 자크와 친해지고 모든 사정을 설명하고 왜 우리가 서로 질투하면 안되는지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그 위로 증오심이 솟구쳐오르곤 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숨기고 싶은 내 모습을 들켜버린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조금 빨갛게 달아올랐다.
남겨진 질문들
1. 이 소설은 빠져나올 길 없는 사랑에 빠진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이고, 이렇게 서로 파괴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그들이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가 어렸을 땐 흘러나오는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언제라도 사랑을 멈출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게 사랑이 맞는걸까? 그렇다면 소년의 사랑과 성인의 사랑의 차이는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2. 프랑수아와 마르트와 만나기 전, 프랑수아가 부모님과 함께 자살소동을 일으킨 하녀를 본 기억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 에피소드의 목적은 무엇일까?
소설의 본격적인 내용은 마르트와 만나면서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에 이런 사건을 굳이 소개한 이유가 확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 기록의 마지막에 이 사건으로부터, 전시라는 불안한 시대 배경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며 주인공의 특별한 감수성이 형성되었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그렇게 큰 영향을 끼쳤는지 잘 와닿지 않았다.. 아직 독서력이 부족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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