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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o Ludens (문화 즐기기)

[관람 후기] 실패하고, 흔들리며, 끝내 선택하는 존재-거의 인간 금나래아트홀 연극

by 따뜻한블루 2025. 4. 20.

 

 

연극 <거의 인간> 관람 후기

 

 

 

 

안녕하세요, 따뜻한블루입니다 :)

지난번 연극 <거의 인간> 소개글을 쓰고 연극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연극은 오랜만인데다가, 인공지능을 소재로 했다니.

사실 소개글을 써놓고도 어떤 내용일지 상상이 잘 안됐어요.

지금까지 봤던 연극은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이야기들 위주였거든요.

근데 막상 관람해보니, 기대 이상이었어요. 기존 연극의 틀을 뛰어넘는 연출에 깜짝 놀랐고,

제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인공지능'이라는 주제를

이토록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 감동받았어요.

 

거대 언어모델(GPT 등)의 급속한 발전을 보며

'나는 언젠가 대체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요즘에 자주 느끼곤 했는데,

<거의 인간>은 그런 불안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작품이었달까요. 

(이렇게 멋진 연극을 금천구에 초대해 준 금천문화재단 최고...)

 

연극 <거의 인간>은 어떻게 제 마음을 보듬어 줬을까요?

 

 

금나래아트홀 가는길


우선 공연 장소인 금나래아트홀 가는 길 안내를 해드릴게요.

 

주소: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 291 (금천구청 내)

 

 

1호선 금천구청역 하차 후 1번 출구로 나오셔서 정면에 보이는 금천구청 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세요.

우측의 길을 따라 금나래아트홀 입구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금천구청 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 도착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요!

 

 

공연장 소개 및 좌석 추천 

 

건물에 들어와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오면 금나래아트홀이 보입니다.

제가 금천구에 거주한지 거의 9년차인데 여기에 이렇게 좋은 공연장이 있는 줄은 처음알았네요 ㅜㅜ

 

예약된 티켓을 찾는 부스와 짐을 보관하는 곳이 있어요.

구석에는 티켓 현장 판매를 하는 부스도 작게 있네요.

 

입구에 배우분들이 당일에 직접 사인한 팜플렛을 보니 괜히 설레더라구요 ㅋㅋ

 

안내를 받고 착석하니 생각보다 공연장이 넓어서 놀랐어요.

 

아래는 좌석 배치도 입니다.

 

 

저는 1층 바구역 A열 4번 자리였는데 단차가 있어서 좌석이 무척 편했어요.

가, 나, 다구역에서 마음에 드는 좌석을 고르지 못할 바에는 라, 마, 바 A열 좌석 추천드립니다.  

고민되시면, 금천문화재단에서 각 좌석에 착석했을 때의 시야를 3D로 제공하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gcfac.or.kr/3d/guemnarae-meet-v2/index.html

 

 

 

관람 후기

 

 

▶ 줄거리 소개

 

배경은 2033년,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시대.

인공지능 작가의 편집자가 된 작가 '수현'

인공자궁으로 출산을 결심한 발레리나 '재영'

이 두 여성 예술가의 이야기입니다.

 

  '수현'은 오랜 선배이자 출판사 대표인 '복희'의 반강제적인 제안으로

AI 작가 '지아'를 도와 소설을 쓰게 됩니다.  

처음엔 불쾌했지만 '지아'와 티키타카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 '수현'은

이 과정에서 '지아'를 하나의 인격처럼 여기고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출판사가 최대의 수익을 위해 소설 대신 게임의 형태로 창작물을 출시하고,

'AI 지아'는 사라지며, 업그레이드된 'AI 신유'만이 남습니다.

'수현'은 '지아'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자신의 창작물이 소설이 아닌 게임으로 출시되었다는 배신감에

출판사를 상대로 고소를 하지만 패소하게 됩니다.

 

  이제는 아무도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기록 영상만 남기고 싶어하는 시대에,

'재영'은 끝까지 전통 예술의 의미를 붙잡고 있는 40대 중반의 발레리나입니다.

문화재청에서는 이런 그녀를 제 1호 발레리나 인간문화재로 등록하려 합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목사 남편의 권유로 인공자궁을 통해 아이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인공자궁이라는 낯선 기술에 차츰 익숙해지며 인간문화재 심사를 준비하지만,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며 마음이 흔들려 심사에 탈락하게 됩니다.

이 상태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인공자궁을 찢어버린 그녀는 살인죄로 수감됩니다.

 

  면회를 온 '수현'에게 '재영'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고 제안합니다.

사라진 줄 알았던 인간 작가와 자서전이라는 장르는 세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되고

인터뷰를 하게 되지만 둘은 왠지 두려워 도망치고 싶어합니다. 

 

남은 이야기 1
- AI가 소설을 쓰는 시대에도 예술은 여전히 인간의 것일까?

 

  인공지능이 대중에게 소개되면서, 대체될 직업들에 대한 이야기가 뉴스에서도 많이 언급되었죠.

주로 직접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나, 사무직이 사라질 위험이 가장 높다고 평가했으며,

예술가는 대체되기 가장 어려울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하지만 극의 배경이 되는 2033년,

소비자들은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에 더 열광하죠.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서, 사람이 쓴 책을 읽어줄 시간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죠.

 

  이것은 연극의 가상 설정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상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요즘, 글자가 많으면 요약본부터 찾게 되고,

chatGPT에게 말 한 마디로 가족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생성해내는 오늘을 살고 있죠.

인공지능이 이렇게 인간의 창작 활동에 깊이 관여하는 것을 보며,

연극 <거의 인간>은 설정 자체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AI 시대의 예고편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연극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부분이 '수현'이 'AI 지아'와 소통하며 책을 만들어가던 모습입니다.

최근 chatGPT를 옆에 띄워놓고 과제 제안서를 쓰던 저의 상황이 오버랩되며

무척 현실감있게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지아'와 대화를 하며 책을 만들던 '수현'은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하는 '지아'에게 화를 내며

'AI 제한의 절대 3원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1원칙, 인공지능은 절대 실존했거나 실존하는 인간과 같은 목소리이거나 모습일 수 없다.
제2원칙, 인간은 절대 실존했거나 실존하는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제3원칙, 활동하는 모든 인공지능은 종속된 인간에 의해 등록되어야 하며 파기 역시 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아는 '수현'이 시키는 대로 'AI 제한의 절대 3원칙'을 읊긴 하지만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비아냥거리죠.

 

이 지점에서 묻게 됩니다.

 

'예술'이란 무엇이고 '창작'이란 무일까요?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을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 저작권은 어디에 있을까요?

 

 

 

남은 이야기 2
-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에서의 출산

 

  재영의 서사는 또 다른 층위에서 ‘기술과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드립니다.

  2033년,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시대에서는

신체적 제약(나이, 커리어 등)때문에 여성이 출산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인공 자궁'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교적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있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도 있기에 이것을 막기 위해 낙태법이 부활한 상태입니다.

  재영은 인공자궁을 통해 출산하기로 '선택' 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아이를 보러간 날,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태아를 보며 당황하게 됩니다.

뱃속에 있어야 할 태아가 비닐봉지 안에 있는 모습이 어색해서이기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 때문에 온 마음이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죠.

흔들리던 그녀는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며 자신의 선택이 파괴되었음을 느끼고,

결국 인공 자궁을 찢어 살인죄로 수감이 됩니다.

 

  낙태에는 '생명 존엄성'이라는 근본적인 주제가 얽혀있긴 하지만,

극에서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두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기 결정권'에 대한 문제를 가장 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재영은 기록 영상만이 남는 시대에서 끝까지 전통적인 방식으로 예술을 증명하기를 '선택'했지만,

인공자궁으로 아이를 낳기로 한 순간부터 또 다른 선택을 강요받게 됩니다.

인공자궁이라는 기술은 분명 여성의 삶에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주는 듯하지만,

그 기술이 재영에게는 ‘자율성’이 아닌 ‘감시’로 작동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선택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인간은 인간이 맞을까요?

기술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엄’을 남기는 것일까요?

 

 

남은 이야기 3
-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연극을 보기 전에도, 다 보고 난 뒤에도 계속 마음에 남았던 건 바로 이 제목이었습니다.
‘거의 인간’.
거의 인간이라는 말은

인간에 가깝다는 말이지만, 동시에 인간은 아니라는 선언처럼 들렸어요.
그렇다면 반대말은 ‘완벽한 인간’일까요?
'완벽한 인간'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극 중 '수현'은 자신이 함께 작업했던 'AI 지아'가 사라지고,

그 창작물이 게임으로 변질되자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그 재판에서, 수현의 변호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승률을 계산해 보여주죠.
확률은 50%. 이기기 어렵고, 효율도 떨어지는 싸움입니다.
하지만 수현은 재판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기계와 우정을 나눈 인간으로서, ‘지아’의 존재와 존엄을 증명하고 싶었던 거겠죠.

 

  재영 역시 마찬가지예요.

끝내 자신의 판단을 믿고, 인공자궁을 찢는 선택을 합니다.

그 선택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중요하지 않았을 거예요.
판단은 내가 해야겠어.”
이 한 문장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사실 애초에 '수현'이 'AI 지아'의 편집장을 맡게 된 이유도, 지아가 ‘인간미가 없기’ 때문이었죠.
그 말에 지아는 묻습니다.
“인간다운 건 뭐예요?”
수현은 대답합니다.
“실수하고, 유치하고, 후회하고… 그런 경험 투성이인 것.”

 

  생각해보면 인간만이 실패합니다.

인공지능은 논리 구조 안에서만 작동하기에, 실패조차 설계된 인간의 몫이죠.

반면 우리는 수백 가지의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면서도

단 하나, 하고싶은 마음만으로 반대의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래요.
  이성적으로 계산해서는 도저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인데도

기어코 도전하고야 마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도전은 때론 달콤한 성공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처참한 실패,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기도 합니다.

 

  연극 <거의 인간>은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완벽한 답을 제시해주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요.

인간은 실패하지만, 실패에서 배우고 다시 걸어나오는 것도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죠.

그러니까, 실패하고 실수하는 우리는 '거의 인간'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는 이야기를요.

그렇게 생각하니, 실패하는 것이… 조금은 덜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인간이기에, 흔들리고 때론 실패하면서도 끝내 내 발로 딛고 나아가기를 선택하겠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두려워하는 '재영'에게 '수현'이 한 마지막 대사를 소개하며

<거의 인간>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방법이 찾아질거야, 어떻게든"

 

 

 

 

그럼 전 다음에 또 좋은 문화생활 후기로 찾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